월간 인사관리 HR리브랜딩을 통해 알 수 있는 HR의 역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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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12-11 16:18 노출일자 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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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조사연구소 주관의 직장 생활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인사제도(34%)와 급여/복리후생(30%)의 긍정 응답률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동료 관계 65%, 직무 59%, 부서 분위기 56%, 근무환경 46%, 회사 경영진 45%, 조직문화 45%) 거슬러 올라가 2008년에 시행된 동일한 설문조사에서도 그 결과의 모양새는 다르지 않았다. 굳이 설문 결과를 미루어 짐작하지 않더라도 HR 운영에 대한 구성원의 불만 혹은 신뢰의 문제는 언제나 이슈의 영역이었다.
십수 년이 지난 후에도 같은 결과를 반복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쇄신해 보려는 듯, 근래에는 인사조직의 리네이밍, 리브랜딩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People, Culture, EX(Employee eXperience) 등 종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인사 혹은 HR로 대변되던 인사조직의 새 이름들이다.
물론 인사조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단순히 그 이름 자체에서 빚어진 결과는 아니겠으나, 이러한 리네이밍 현상은 어떠한 가치 변화에 기인한 것이겠으며, 그에 잇따른 HR의 역할과 기능 변화에는 무엇이 있을지 한번 눈여겨봄 직하다.
직원 인식의 변화, Human Resource 그 이상의 의미
HR 리네이밍은 2000년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되어 국내에서는 2010년대 초반 스타트업을 우선으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과거 2006년 구글이 인사 조직의 명칭에 People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그 시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2013년 피플팀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고, 대기업 중에서는 상징적으로 삼성그룹이 2023년 조직명에서 인사라는 단어를 제외하고 피플팀으로 변경한 사례가 있다.
사실 이러한 리네이밍 바람이 불기에 앞서 노동 환경에서는 구성원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우선하였다. 과거에는 구성원을 '조직의 자원'으로서 인식하고 평가와 보상 등의 수단을 통한 관리(Management)에 집중해 왔다.
'성과를 창출하면 그만한 보상이 따른다'라는 약속을 내던짐과 동시에 그 이후의 과정은 사실 구성원의 몫으로 돌아가는 구조에 가까웠다.
(물론, 성과-보상의 연계성마저 충실하지 못한 조직도 많다.) 결국 성과-보상의 원리에 적극적으로 상응하는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는 업무 몰입보다는 지시에 따른 업무의 이행, 직무역량 향상보다는 시간과 경험의 누적에 따른 사내 업무 숙련 정도에 그치는 결과를 낳았다.
더불어 본질적인 성과의 창출이나 향상이 아닌 보상 자체에 집착한 잘 보이기 식의 성과 경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성과 관리'가 아닌 '성과 측정' 기반의 운영이 앞섰던 것이다. (근래 과정 중심의 성과 관리가 Trend로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결국 구성원을 수동적 자원, 관리의 대상으로서 인지하고 평가와 보상에 의존한 관리 지향적 운영 방식은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관점에서는 그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던 것이다.
이제는 구성원을 조직 자원보다는 자발적 주체(People) 혹은 자산으로서 인식하고 구성원의 긍정 경험 확대(EX)와 행복 증진(Culture), 역량 향상(Talent)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노력'은 구성원의 조직 만족도 향상, 자발적 업무 참여로 이어지고 소위 말하는 '몰입'이라는 것을 통해 개인의 역량 향상과 성과의 창출이라는 두 가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리네이밍 사례에서 등장하는 주요 Keyword(People, EX, Culture, Talent)들은 바로 이러한 직원 인식의 변화, 그로 인한 인사 운영의 전략을 담아내려는 의도 내지는 의지라 해석할 수 있겠다.
한편, 직원 경험(EX)은 '채용-온 보딩-개발-승진-유지-퇴사'와 같은 직원 여정(Employee Journey)의 Frame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는 사실 기존의 전통적인 인사관리 Frame인 '확보-개발-평가-보상-유지-방출'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결국 직원 경험이라는 것 또한 과거와 유사한 Frame 안에서 유사한 이벤트를 조망하고 있지만, 관리 중심에서 직원 중심으로의 관점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구성원의 행복이 곧 조직의 역량, 조직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구성원의 행복 또는 긍정 경험이 성과의 향상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본질적 의문을 떠올릴 수 있다. 특히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임원진이라면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이 더욱 궁금해질지 모른다.
먼저 현재를 주도하고 있는 MZ 세대의 특성과 기업에서의 인력 운영 특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MZ에 대한 얘기들은 이미 시작된 지 오래이고 갖은 자료들로 넘쳐나기에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이들은 기업 안에서 30대를 주류로 신입사원~약 40대 초반까지의 계층을 구성하고 있다. 조직의 손과 발로서 조직 전반의 실무 및 중추를 담당하고 향후의 미래를 견인할 이들의 역할을 고려했을 때, 회사가 이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또한 MZ 세대는 조직과 나의 동반 성장을 중요시하며, 개인의 인정에 대한 욕구를 기반으로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기대한다. 조직 안에서 자신이 발전하고 있지 못하거나 발전의 기회가 없다고 느껴지면 언제든 조직을 떠날 채비를 갖추기 시작한다.
조직에 대한 막연한 헌신과 로열티를 강조하던 기존의 기업 문화로는 이들의 자발성을 촉진시킬만한 유인 기재가 마땅치 않았음은 물론 설득과 소통의 과정 또한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EX를 비롯한 개인 역량 개발, 행복 증진 등으로 이들의 인정 욕구를 충족시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조직 성과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했다. 사실 이미 수많은 리서치 결과들이 직원의 긍정 경험과 조직 성과의 비례 관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컨설팅 업계에서도 MZ를 중심으로 한 조직진단, 평가-보상 공정성 개선 등의 프로젝트 요청이 잇따른 지 오래다.
정리를 하면 지금의 구성원들이 가진 특성, 성장과 성과의 동력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볼 때 긍정 경험과 조직 성과의 인과 관계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결국 인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도 같은 하나, 사람에 대한 이해가 인사 운영의 시작이며 전제라는 당연한 명제를 설명함과도 같다.

인사조직의 새 이름들은 'HR', '인사'에서 일률적으로 파생되던 기존 조직명 대비, 보다 다양한 형태와 구체적 의미를 띠면서 조직이 추구하고자 하는 인사의 큰 방향성 혹은 유지/강화하고자 하는 주요 가치들을 내재하고 있다. <그림 참조> 바꿔 말하면, HR 전략이 '조직의 이름으로 가시화되었다'라고 해석함과 동시에 그만큼 HR의 전략적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그간 인사조직의 역할은 Human Resource Management 단어 그대로 인적 자원의 효율적 관리에 집중해 왔다. 사업의 목표를 우선으로 하는 기업의 첫 번째 사명안에 'Resource 관리'는 필수불가결의 요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관리 조직으로서의 HR 역할 그 이상이 요구되고 있다. 단순히 관리만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 환경에서 벗어난 지 오래이다.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민감하여야 하며, 현상의 기저에 있는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필수 요소나 장애 요소를 확인,
그에 따른 솔루션 제공까지 아우르는 소위 문제 해결 역량과 프로세스를 갖춰 나가야 할 시기이다.
이러한 프로세스와 역량을 갖추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등장한 것이 HR Analytics이다. HR Analytics는 인적자원과 관련되는 주요 문제들을 데이터 분석 과정을 통해 확인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에 도움을 주는 활동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최근 많은 기업들은 HR Analytics를 통한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HR 기능 강화에 적지 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실시간 인사 통계, 조직 정보, 개인 역량 등 인적관리 전략 수립을 위한 데이터를 한데 모아 시각화한 HR Dashboard를 들 수 있다.
HR Dashboard는 인사운영에 필요한 주요 데이터들을 한눈에 빠르고 집약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회사의 인력 운영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에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이점이 있다. 삼성이나 LG,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서는 Dashboard 가 도입된 지 수 년째이며 그 기능의 고도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컨설팅 업계에서도 PI(Process Innovation) 프로젝트에 대한 고객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Dashboard 설계를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기업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다수의 프로젝트에서 인력 및 생산성 관리와 같은 모니터링형 기능을 비롯하여 인력 구조 예측, 적정 인원 산출 등의 예측형 기능을 제공한 바 있다.
달라진 인사의 역할과 기능 수행을 위한 준비
앞서 HR 리브랜딩 현상의 근본적 원인과 HR 역할 및 기능의 변화에 대해 기술해 보았다. 단순히 조직명이 바뀌는 과정까지를 '리네이밍'으로 제한한다면, 그에 따른 실질적 역할 변화가 동반되었을 때 진정한 '리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업 경험자로서 덧붙이자면, HR의 전략적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HR Analytics와 같은 일 하는 방식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전략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의 확보 또한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인사 담당자들은 운영 업무에 하루 8시간, 그 이상을 할애하며, 정작 전략 업무에 대한 고민은 뒤로할 수밖에 없다. 당장 임직원 안내 메일 하나를 발송하더라도 그로 인한 온갖 문의 대응에 그날 하루를 소진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는 대부분의 조직이 당면한 이슈임과 동시에 구조, 운영, 방식 등 그 어떤 방법으로든 선제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과제이다.
또한 구성원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구성원과 조직의 동반 성장, 나아가 조직의 성과 창출을 위한 것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구성원의 행복 증진 혹은 긍정 경험의 확대 그 자체로써 목적의 완성으로 착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무엇보다도 구성원에 대한 인식 변화와 그에 따른 리브랜딩을 포함한 HR 변화에 대해 명확한 공감과 이해가 우선되어야 하며, 그 시작점이 되어야 하겠다.
by HCG Consulting BU 이윤호 수석 컨설턴트(yhlee@e-hc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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