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경력의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대신 경력사원과 중고 신입 (0~3년 차 포함) 채용을 선호하는 기업들의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HR 테크 기업 원티드랩이 진행한 '2025년 채용시장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사담당자의 78.2%가 4년 차 이상의 경력직을 중심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반면, 신입직 및 중고 신입을 채용할 계획이 있는 기업은 21.8%에 불과했다.
신입사원이 사라져 가는 시대
기업이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의 배경에는 주 52시간, 주 4 일제 등과 같은 근로시간 감소 추세의 사회적 요구와 인건비 증가라는 경제적 환경이 맞물려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이래로 우리나라 월평균 근무시간은 2018년 163.9시간에서 2023년 156.2시간까지 감소하였다. 감소 추세와 더불어 이제는 주 4일제에 대한 논의가 싹트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인건비는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최저임금은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왔으며, 2018년과 2019년도에는 각각 16.4%, 10.9%라는 큰 폭의 인상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생산성의 증가에 기인한 임금 상승이라고 보기 어렵다.
팬데믹 이후인 2022년에도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0.4%인데 반하여 명목 임금 상승률은 4.9%였다. 노동 생산성의 증가 없는 인건비 상승 상황을 기업이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강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 기업은 경력직과 AI 활용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입사원 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 연쇄작용이 갈수록 신입사원 채용 기피 현상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음은 부정할 수 없는 시류일 것이다.
생산성 측면에서 신입사원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러닝 커브 때문이다. 기존 조직에서의 신입사원은 최소 1~2년은 교육이나 비생산적 일에 투입되어도 무방한 존재로, 당연히 그런 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는데 도달하기까지의 시간과 비용은 회사에서 투자하는 리소스였던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가시적 성과 창출이 필요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신입사원에 대한 몇 년간의 지속적인 투자를 기다릴 여유가 기업에게 남아있지 않다.
반면, 경력직을 채용하면 기업은 즉각적으로 실무에 투입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경력직은 이미 유사한 업무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빠르게 실무에 투입될 수 있으며, 기업은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뿐만 아니라 특정 분야의 경력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면, 기업은 필요한 전문 지식과 역량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다. 조직 적응 측면에서도 용이하다. 경력직은 조직 사회와 업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 교육이나 온 보딩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신입사원에 비해 적다. 잡코리아가 2024년 진행한 '경력직 인재 채용 시 선호하는 요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력직으로 채용된 직원들이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은 '1~3개월'로 답한 기업이 86.7%에 달했다. 실제로 경력직으로 채용된 직원들은 짧은 시간 내에 조직과 업무에 적응하고 있다.
경력직에 더하여 AI 에이전트 AI Agent도 기업 내 신입사원의 설 곳을 더욱 빼앗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단순 반복 업무 자동화에 있어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 경력이 짧은 사원들이 주로 맡았던 문서 정리, 데이터 입력, 보고서 생성, 고객 문의 응대 등과 같은 단순 반복 업무들을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신입사원 채용이 필요한 이유
그렇다고 경력직 채용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기업은 여전히 신입사원 채용을 고려해야만 한다. 신입사원 채용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조직의 평균 연령과 에너지 레벨 유지하기 위함이다. 신입사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하지 않으면 조직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이는 기업의 혁신성과 유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젊은 인력이 주는 에너지와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기업의 성장과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헤리티지, 가치, 문화의 계승을 위해서도 신입사원 채용이 필요하다. 기업의 핵심 가치와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육성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한 조직에서 성장해온 직원은 그 조직의 가치와 문화를 내재화한 인재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성과의 차이도 관과 할 수 없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성장한 장기근속자가 기업에 기여하는 사례가 많다. '원컴퍼니 맨One Company Man' 문화가 자리 잡은 기업에서는 장기근속자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자로 성장하며, 조직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대표적인 국내 사례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의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2024년 기준 12.7년으로 제약업계 중 가장 길다.
인터뷰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직원들은 많은 근속자들이 지속적으로 승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를 동기부여하며, 직원 모두의 기업 충성도를 바탕으로 노사갈등 없이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요즘 세대에 맞춤화된 평가보상 전략
경력직이 주는 단기적 이점도 분명히 있지만 기업의 존속을 위해서는 신입사원 채용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이제는 신입사원들에게 적합한 평가 및 보상 제도가 어떤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신입사원을 뽑아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들을 어떻게 빠르게 전력화하고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기업의 역량을 좌우할 것이다. 요즘 세대에게 적용되는 일의 방식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일과 삶을 조화시키는 것, 나아가 일과 삶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성세대에게, 그 부모 세대에서부터 전해져오던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하라"라는 분리의 원칙이 칼같이 지켜지는 조직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세대에게 매력적인 일터가 아니다. 물론, 그것이 직원들의 개인 시간을 희생해서 회사에 바치라는 식의 고전적 해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결국 모든 일의 방식이 진정한 관심을 바탕으로, 개인의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성을 지니며, 명확하면서 참여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이루어질 때 새로운 세대들의 조직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할 때, 요즘 세대에게 가장 선호 받는 평가보상은 어떤 요건을 갖춰야 할까?
무형의 기여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피드백 중심의 성과관리 개선|
흔히들 신입사원의 적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멘토링 프로그램과 온 보딩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사내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멘토를 선정하고, 형식적인 멘토링에 그치지 않도록 멘토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통적 성과관리체계 하에서 이러한 육성과 멘토링이 조직 차원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이를 바꾸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이 바로 OKR을 위시한 상시적 성과관리와 비정형적 평가 시스템이다. 다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를 도입할 때 벽에 가로막히는 부분이 바로, '어떻게 비정형적인, 정성적 성과로 측정될 수밖에 없는 '육성'에 대해 계량적으로 인정하고 보상하느냐?' 이다.
키워드는 결국 평가와 보상의 일정 수준 이상의 유착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히 분리Decoupling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창출된 유·무형의 성과에 대해 폭넓게 인정하고, 인재 육성이나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문화를 형성, 조직문화 조성 등의 기여 또한 인정할 수 있는 체계여야 한다. 금전적 보상만이 회사의 인정을 모두 대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정한 관심과 인정의 피드백'이 더 즉각적으로 부여돼야 한다.
셀프스터디의 기회를 비금전적 보상으로 활용|
이제는 기존의 전통적인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빠른 학습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딜로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직원들은 근무시간의 1% 미만을 HRD에 투자하며, 4분 이상의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은 짧고 효과적인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실무에 즉각 적용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한편, 체계적으로 업무 프로세스의 문서화, 매뉴얼화를 실행하고 있다.
다만, 왜 새로운 세대가 전통적인 교육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느냐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육성의 방식은 사내의 숙련된 선배들로부터 전수받는 방식이기보다, 사외에서 같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동료들의 현실적이면서 날카로운 노하우, 이들이 새롭게 활용하고 있는 생산성 향상 도구, 확대된 직무와 역할을 대비하기 위한 광범위한 네트워킹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전통적인 교육의 체계를 적용하기보다, 더 많은 네트워킹과 폭넓은 외부의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올바른 접근법이다. 더 외부 지향적인 소셜 네트워킹의 기회를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할 있도록 셀프스터디Self Study의 기회를 부여한다면, 이것이 자연스럽게 업무 연계성과 직무 만족도를 상승하는 선순환이자, 요즘 세대들이 선호하는 '비금전적 보상'의 일부가 될 것이다.
직무에 기반한 성과지표 부여|
젊은 세대로 갈수록, 회사와 개인 간의 관계는 기존의 일방적이고 위계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노동 제공의 대가로 공정한 보상과 직업적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임플로이 딜Employee Dea' 중심의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 요즘 세대에게는 애사심과 근면성에 기반한 업무 하달이 아니라, 명확한 직무 요건과 기대 사항 및, 직무가치와 성과에 기반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은 조직이라면, 새로운 세대에게는 그저 '올드 스쿨Old School'로 인식될 것이다.
따라서 입사 초기부터 직무에 기반한 명확한 성과 지표를 설정하고, 전사적인 기여 수준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과 목표 조정을 통한다면 공정성에 대한 인식, 성장에 대한 의욕, 직무에 대한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경력직만이 아닌 신입사원 채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입사원 채용이 기업이 기대한 성과로 이어지려면 채용 후 운영 전략도 세심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의 도입은 오히려 위기가 아닌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다. 기존 단순 반복적인 업무들로 인해 신입사원 교육에 사용되지 못한 리소스를 활용해 신입사원의 조직 적응 프로그램, 실무적 교육 프로그램, 사내 네트워크 활동 등을 운영할 수 있다. 경력직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신입사원의 역할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최고의 신입사원 사관학교 모델을 개발하고 러닝 커브를 단축시킬 수 있는 기업만이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주기적이고 계량화된 결과물에 매몰되기보다는 보다 직무수행 기여도에 집중한 성과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금전 일변도의 보상보다는, 대외적 교육 기회와 같은 비금전적 보상을 포괄하는 다변화된 보상 제도, 직무에 기반한 성과 지표 설정이 필요하다.
HCG Consulting BU 이경훈 이사(khlee@e-hcg.com) 작성